2017. 8. 10(목)
최근 마음이 늪처럼 침체되어 좀체 나올 수가 없었다. 새벽기도도 나올 수가 없었고, 기도에 대한 기대도 전혀 할 수 없었다.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여기서 나오고는 싶었으나 나올 힘도 도무지 생기지를 않아서 정현이형이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보게 하려고 많이 도와주었다. 그래도 잘 안 되어서 그것도 괴로웠다. 고민하던 차에 언젠가 주일예배때 목사님이 언급하셨던 김남준 목사님의 '게으름'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지금 나의 상태가 무슨 죄로 인함인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알려주었다. 정체를 발견했으니 이것을 정리한 후에 구체적으로 싸워 나가려 한다.
우주를 창조하시고 엄청나게 거대하신 하나님이 티끌과 같은 나를 그의 영광으로 초대하시고 말씀으로 약속을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의 자세로 심판 앞에서 하루를 살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오늘 하루 싸워야 할 영적 전투는 무엇인가?
30년 동안 나는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가장 큰 유산은 성실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최근 한 달을 통해 나의 게으름에 대해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힘 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게으름을 경험했다. 외적인 부지런함조차 흉내낼 수 없었다.
하나님 믿기 전에도 나는 게으름이 싫었다. 쉬는게 아까웠다. 분주하게 생활했다. 그러나 무엇을 하고 있고,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는 분주했지만 내면의 영적 세계는 진전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 동안 이러한 게으름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무가 없는 곳에서는 그 사람의 게으름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기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야 할 일이 없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는 그를 게으르다고 탓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무가 확인되어 게으름이 게으름으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작 단계에서 나타나는 그 게으름은 사악하다고 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게으름의 처음 출발은 자기 사랑이 몸과 마음에 배어서 어떤 의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는 것을 심각한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P.67)
돌아보면 나는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되는 인생을 살다가 교회에 왔다. 의무가 없는 곳에서 살다 보니 대충 칭찬만 받으며 기분좋게 생활할 수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의무 앞에서 나의 게으름이 드러났다. 나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나 원래 안 이랬는데...' 라는 생각을 계속했고, 그렇다면 탓은 교회 혹은 교회 시스템에 전가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는 두루뭉실한 책임전가를 선택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고, 주어진 일에 마음을 기울이며 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사악한 행동인지 우리는 자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게으름이 자신에게 스며드는 것을 방조하는 것으로,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간접적으로 파괴하는 행동입니다." (p.92-93)
김남준 목사님은 이 책에서 나에게 있었던 오랜 질문에 대해 알려 주셨다. 부주의함과 나태함의 문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의 정체는 영혼에 해를 입히는 '게으름'이라는 죄라는 것이다. 삶의 모든 문제는 죄의 문제이구나... 다시한번 확증이 되었다.
내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도무지 나를 살려 두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없다. 오래 참으심으로 기다려 주시는 것이 아니라면 나의 존재 이유가 없다. 하나님의 속을 먼지만큼이라도 시원케 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우리 중의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가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다고 하셨는데, 나의 삶은 철저히 나를 위한 삶으로만 점철되어 있다. 심지어 구원받은 이후에도 말이다.
성화의 과정을 방해하는 가장 은밀하고 강력한 적인 게으름과 싸우기 위해서는 깨달음만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구체적인 결단과 목표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결단으로는 두 가지를 해 본다. 먼저 하루에 30분~1시간정도 보고있는(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많이 보게 된다.) 페이스북 동영상을 아예 끊어야겠다. 현재로서의 구체적인 시간낭비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새벽기도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언제쯤 새벽기도를 고대하며 밤에 잠이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게으름과의 싸움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 목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내가 믿음으로 붙잡지 않아서 그렇지, 목표는 눈앞에 있다. 교육이라는 분야가 나와는 거리가 멀고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은 자꾸 들지만,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먼저 최선을 다해 보아야겠다. 방학동안 다음 학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보겠다. 새벽을 깨우며 8월 말 까지 한번 싸워봐야겠다.
하나님께서 내 삶 가운데 또아리 틀고 있던 죄를 드러내시고, 책을 통해 그 죄의 정체를 보게 하시니 감사하다.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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