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묵상노트
고린도전서 13:8~13
본문 8절에서는 '사랑은 언제까지 떨어지지 아니하되'라고 되어있다. 영어로는 'Love never fails'라고 적혀 있어 더 명학하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데, 즉 '사랑에는 절대 실패가 없다'라는 것이다. 본문을 여러번 읽어보며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거 같지만, 뭔가 와닿지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본문을 묵상하며 기도를 하는데 '내 안에 주님의 사랑이 있는가?'로 시작한 생각이 결국에는 '나는 어떤 주님의 사랑을 경험했는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고린도전서 13장 본문에서는 모든 은사들을 상대화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결국 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던, 그것이 사랑으로 말미암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참 괴로운 마음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십자가의 사랑', '구원의 감격' 이런 단어들 앞에서 나는 막연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주님을 위해 살고 싶다고 입술로 고백하며, 나름대로는 나를 부인하려고도 해보고, 어떻게든 뭐라도 좀 열심히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주님이 그런 나를 조금이라도 알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니고 (2절), 아무 유익이 없다고 (3절) 하니 뭔가 좌절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심지어 정말 '몸만 열심히' 굴리는 경우도 많다 보니깐 더 찔림이 있었던 거 같다.
본문에서는 또 예언, 방언, 지식도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폐한다고 설명한다. 마치 우리가 어린 아이일때 중요하다고 여기며 고집하던 것들이 어른이 되서는 필요하지 않아지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온전한 것은 사랑이다. 나는 기도가 잘 되지 않을 때면, 방언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는 했는데 (사실 지금도), 이것 또한 사랑이 없이는 무의미 하고 심지어는 필요가 없어질 때가 온다고 한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주님께 기도하였다. '주님, 내게 더 이상 주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막연하지 않게, 내가 주님께 입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깨닫게 해주세요..' 내 머릿속에서는 항상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에 순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1. 내가 죄인임을 뼈저리게 깨달음. 2. 그래서 그런 나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구나 깨달음. 3. 아! 이게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구나! 하고 깨달음. 그런데 오늘은 그 순서를 깬 기도를 진심을 담아서는 처음 해본 거 같다.
기도하는 와중에 하나님께서는 내게 러시아를 떠나와 한동대를 입학 후 군대를 가기 전까지의 기간을 생각나게 하셨다. 그때의 어떤 사건보다도, 나의 마음의 상태가 생각이 났다. 특히 방학때가 많이 생각났다. 그것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로움. 삶에 아무런 목표도, 동기부여도 없는 무기력함과 공허함이었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방학만 하면 대학 동문들은 고등학교때의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삶을 찾아갔고, 러시아에서 알던 한국인 친구들도 다 뿔뿔히 흩어진 채 그들만의 삶이 있었다. 부모님은 떨어져 있고, 하나뿐인 누나도 회사를 다니며 자기만의 삶이 있었다. 한국에서의 처음 1년은 등록한 교회도 없었고, 2학년때는 예전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 잠깐 다니던 교회를 등록해서 대학부를 좀 다녀봤는데, 거기도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있어 내가 소속되기에는 쉽지 않은 느낌을 받아서 열심히 다니지 않았다. 아무튼 그때를 떠올리면 나는 '어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은 어떠한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나에게 교회가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와는 모든것이 반대이다. 외롭지도 않고, 인생에 목표가 없지도 않다. 공허하지도 않고, 몸이 교회와 가까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줄면서 무기력함도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아직 잘 안되지만..). 지금도 그때에 비해 특별히 더 쓸모 있어진 부분이 있지는 않지만, 교회에서 맡게된 사역의 자리들이 있고, 직장도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나님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내가 깨달은 것은 극히 일부겠지만, 아 진짜 이것이 주님의 사랑이구나..! 싶었다.
교회에서든 회사에서든 뭔가 해야하는 일이 새로 생기고, 할일이 늘어날때마다, 아 뭐 이렇게까지? 왜 자꾸 일을 시키지? 하기 싫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적당히 하고 좀 쉬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기본적으로 올라왔었는데, 한순간에 나에게 주신 모든 것들이, 내가 책임지고 맡고 있는 일들이 다 감사로 고백되었다. '주님, 정말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저를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내가 정말 어떤 자리에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감격스럽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복지나 월급 등 좋을 것이 특별히 없는 곳이지만, 그 전에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도 내가 정말 쓸모 없던 사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데려다가 써주고 계신게 감사하다. 언제 때려칠지만 고민하지 않고, 가장 선한것을 주시는 주님이라는 것을 믿고, 형태와 방법은 모르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에 기반으로 사용하실 것을 믿음으로 붙잡게 된다.
복음을 전하는 삶이란 결국, 이렇게 내가 주님께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인거 같다. 그래서 그 다른 누군가도 삶에서 감사를 누릴 수 있게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내 삶도 바꾸시고,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내 마음을 한순간에 바꾸신다. 놀라우신 능력이다. 나도 아직 희미하고, 아는 것이 한참 부족하나, 마음에 어두움이 있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더 빛으로 인도해 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내가 오늘 깨달은 것 이상의 더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앞으로 더욱 깨닫게 되기를 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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